한양대학교 연극동아리, 값진 경험

2020. 3. 23. 20:52my life

반응형

나는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연극 동아리에 꼭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연극동아리에 바로 가입했다.

연극동아리에 멘토 멘티 제도가 있었는데, 성혁이 형이랑 정말 친해졌다.
성혁이 형이랑 맨날 수업 끝나고 따릉이 타고 놀고 맥주 마시고 등등 정말 돌아보니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매일 놀다 보니 연극동아리에 들어온 것을 너무 만족했다. "연극"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행복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연극동아리에서 공연을 하기 전에, 오디션과 독백 발표회가 있다.
오디션은 말만 오디션이고 사실상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보는 기회이다. 15분 정도 준비 시간을 갖고 조명 앞에서 연기를 하게 된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으며 연기를 하는데, 이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정말 짜릿한 경험이고,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더 나아가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실제로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으니,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빈 방에서 혼자 연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독백 발표회는 일주일 동안 멘토님과 함께 1 대 1로 독백 대본을 정하고 연습 후에 발표한다. 나는 정말 짧은 1분짜리 독백을 골랐다 강지호 작가님의 <은혜의 땅>에서 재개발 위원장을 맡았다. 정말 짧은 1분짜리 독백이고 연습도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외우기 정말 어려웠다ㅠㅠ (성혁이 형 죄송합니다..) 독백을 준비하면서 성혁이 형이 인물분석표를 작성하게 했다. 인물이 어떠한 사람인지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사람의 가족, 나이, 직업, 자란 배경 등등 심지어 머리카락 색깔 정도까지 아주 깊이 있게 분석하게 하고 만약 대본에서 그 힌트를 찾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임의로라도 정해야 한다. 그렇게 정하고 나서 그 캐릭터에 들어가서 연기 연습을 한다. 처음 연기를 해보는 나에게는 정말 낯설었다. 연기를 이렇게 하는 게 정말 체계적이라고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정말 떨렸고 고작 일주일이긴 하지만 연습하기 싫을 때도 많았다. 잘 이끌어준 성혁이 형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연습하는 모습..ㅎㅎ

열심히 연습하고 독백 발표회를 올렸다. 남진이 형은 분장과 의상도 모두 준비해서 연기하셨는데, 너무 멋있으셨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연기 실력에도 정말 감탄했다.. 다들 너무 잘한다...

남진이형 독백 발표.. 너무 멋있었다

독백 발표회 단체샷과 독백 발표회 뒤풀이


그날 밤 처음으로 막걸리 집에서 밤새워 술 마셨던 것 같다.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다..ㅎㅎ (지금은 밤새우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다)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공연팀이 꾸려지고 새내기들은 모두 배우로 참여했다.

연습 일정을 받고 정말 경악했다.. ㅎㅎ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 연습에 나와야 했다. 덕분에 원래 하려던 다른 활동들도 못하고, 기존에 들어갔던 투자동아리도 탈퇴했다.ㅠㅠ

1학년 1학기 시간표

평일 연습은 1시간 릴렉스, 1시간 저녁, 2시간 장면 연습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주말 연습은 2시간 릴렉스, 1시간 점심, 5시간 장면 연습이다.. (주말이 정말 정말 힘들다..ㅠㅠ 다시 고3으로 돌아간 기분... 심지어 공연 3주 전부터는 10투 10이라서 밤 10시까지 있어야 한다)



먼저, 릴렉스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릴렉스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말만 들어서는 뭔가 relax 하는 쉬는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1시간 릴렉스 한다면, 30분은 체력훈련을 하고 30분은 배우가 갖춰야 할 다른 기초 훈련들을 한다.
체력훈련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ㅎㅎ ㅠㅠ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데 나는 유연성이 최악이라 여기서부터 힘들다.
들스 (들꽃 스트레칭) 후에 버피 테스트, 팔굽혀펴기, 팔 벌려 뛰기, 플랭크, 레그레이즈 등등 정말 힘든 운동들을 한다..ㅠㅠ
버피 테스트 30개 3세트 하면 정말 쓰러진다..ㅠㅠ 그리고 팔 벌려 뛰기도 고등학교 체육시간에나 하던 팔 벌려 뛰기가 아니다.. 한 번에 200개까지 하는데.. 힘들었다. 특히 주말에 1시간씩 체력훈련하면 정말 힘들다. 토요일에 아침에 눈뜨면 학교 나가기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되돌아보면 좋은 경험이긴 했다.
(덕분에 체력 정말 많이 늘었다. 살도 많이 빠졌다.)

릴렉스와 발음 연습

 

노천 릴랙스

가끔 날씨가 좋으면 노천극장 무대에서도 릴렉스 했다. ㅎㅎ



이렇게 릴렉스가 끝나면 식사를 한다.
주로 동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평생 먹을 라면 이때 다 먹은 것 같다.
라면 먹고 나면 가위바위보 해서 설거지 당번을 2명 정하는데, 재원이 형하고 나하고 정말 많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ㅎ

설거지하는 모습

식사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을 들어간다.
처음 연습 2주 정도는 대본 분석 위주로 진행했다.

대본 분석


대본 분석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단 대본 자체도 정말 어려웠는데, 거기에 내 캐릭터를 정말 깊이 있게 분석하다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사실 대본 분석하면서 어떤 작품인지 전혀 감을 못 잡았던 것 같다.) 대본 분석하면서 연출님께서 정말 많은 과제를 내어주셨다. 연습 시간 외에 따로 수민이랑 은수 누나랑 은정 누나랑 만나서 우리 플루덱 가족이 어떠한 가족인지 아주 상세하게 분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이유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수민이랑 자주 싸웠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 수민아.. ㅠㅠ)
연습이 끝나고 뒤풀이도 종종 가졌는데, 그때 연출님께서 자꾸 부부 클리닉을 시키셨다.. 그게 원인일수도..ㅎㅎ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반항도 하고 제대로 연출님의 지휘에 따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을 연출 나연 누나와 내 부인 역을 맡았던 수민이에게 너무 죄송하다.ㅠㅠ

그렇게 2주 동안 대본 분석이 끝나고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 찾아왔다. 중간고사 기간에 연습이 전혀 없으니 대본을 모두 암기해오라는 어마어마한 과제를 받았다. 연습도 없겠다 행복해서 그 기간에 성혁이 형이랑 자주 놀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ㅎㅎ 정말 즐거웠던 순간이다.

연습 중간중간 추억 사진들 ㅎㅎ

시험기간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장면 연습이 시작된다. 첫날 기억이 나는데, 연출님께서 외워온 만큼 대사를 읊어보라고 하셨다. 하나도 안 외워 와서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4월 말부터 다시 1달 넘은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정말 다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이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일단 대본 자체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어려운 대본이다. - <가든 파티> 바츨라프 하벨作)
매일매일 체력훈련하고 발음 연습하고 등등 정말 힘들었지만 친구들 덕분에 버티며 잘 공연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습 사진들


연극동아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다. 끝없이 연습한다.
사실 연습은 이렇게 매일 릴렉스와 장면 연습을 반복한 것 밖에는 없다.
그 과정에서 특히 대본 외우는 것이 어려웠다ㅠㅠ 마지막 1주
일 남기고 겨우 다 외웠다. (수민아 미안..ㅎ)
연출님이 2막 3막 연습 보고 계실 때 나현이랑 수민이랑 윤수 누나랑 몰래 다른데 가서 놀았던 기억도 난다.ㅎㅎ 제주도 얘기하면서 시간 때우고 좋았는데 ㅎㅎ



연습 2주 전부터는 의상과 분장도 함께 준비한다.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첫 분장 워크숍

처음으로 분장을 해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내가 그때 은수 누나 분장해 줬던 것 같은데.. 미안 누나..ㅎㅎ 실력이 없다ㅠㅠ

프로필 사진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공연 팸플릿에 들어갈 사진인데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사진 찍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렇게 공연 D-7일 정도가 되면 본격적으로 무대 작업에 들어간다.

한양 플라자 1층 소극장

한양 플라자 1층에 있는 소극장에서 무대 작업을 한다. 직접 0 에서부터 100까지 무대를 만들게 되는데, 정말 힘들고 재미있는 과정이다.
무대 작업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망치질을 자주 하게 되는데, 항상 조심해야 한다.
장갑과 신발은 필수이다.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페이트를 칠하고 다 같이 열심히 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릴랙스와 연습도 중단한다. (릴랙스 안 하니깐 살 것 같았다..ㅎㅎ)


 

포스터 홍보

이렇게 연습과 무대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 마무리에 들어간다.
홍보도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스폰 받았던 상가와 학교 곳곳에 열심히 직접 포스터를 돌려야 한다.


 

공연 직전 분장과 릴랙스

포스터를 열심히 돌리고 이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 당일 정말 떨렸던 기억이 난다.
의상과 분장을 모두 마치고 거의 준비 완료인 상태에서 카모메 배달시켜서 먹고~~~

마지막 파이팅

마지막 릴랙스 후에 파이팅을 외치고 나서 백스테이지로 이동한다.
백스테이지로 이동하면 이제 정말 곧 무대에 슨다는 정말 평생 한번 느낄 수 있을까 말까 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관객 입장할게요"라는 말과 관객 입장 음악이 들리면 정말 떨리기 시작한다. 관객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관객과 배우 사이에 정말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짜릿한 순간이다)
10분 정도 뒤에 불이 모두 꺼진다.
무대 위로 후다닥 달려가서 첫 장면 대사를 읊을 준비를 한다.
곧 조명이 켜지고 나서부터 드디어 공연 시작이다.
처음에 연습했던 대로 열심히 연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조명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공연을 보러 와준 친구들,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연 도중에 실수를 많이 했는데.. 플루덱 부인이 당황하지 않고 잘 커버해 줘서 덕분에 잘 넘어갔다. (미안하고 고맙다 수민아..ㅎㅎ)
공연이 시간이 90분 정도였는데 정말 빠르게 시간이 지나간다.
공연이 끝나면 커튼콜을 하게 되는데, 그때 정말 뿌듯하고 마음이 놓이면서 다음날 공연에는 더 잘하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보러 와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너무 감사하다.
준영이, 채현이, 석우형(팜플렛), 동현이, 연아 누나, 채린이, 서연 누나, 지수 누나, 하은이, 나현이, 보미, 솔빈이, 찬빈이, 예림이, 철우형, 서연이, 예찬이, 형민이, 준영이형, 혜지, 인경누나, 류빈누나, 원준이, 상우, 승준쌤 모두 감사합니다ㅠㅠㅠ!!!
그렇게 와준 친구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나면, 피드백 받는 시간이 있다. 연출님께서 피드백을 대본을 가지고 받아 적고 다음날 더 나은 공연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3일간의 공연이 끝난다.

공연이 끝나고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다 같이 회식을 하고 밤을 새우고 다음날 무대 철거를 한다.
무대 철거를 하면서 허무함을 비롯한 정말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그쯤 쓴 일기를 인용하자면
"정말 오랜만에 일기를 적는다. 연극이 막상 끝나니 정말 시원섭섭했다. 모든 기억이 미화된다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인 듯하다. 나연 누나한테 정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팀을 잘 이끄려고 했지만 내가 100프로 잘 따라주지 못해서 꽤 힘들었을 것 같다. 그동한 함께한 스텝, 조연출, 배우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나는 작은 팀에서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반대로 강제성과 밤새우기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내 1학기의 전부인 연극이 끝났다. 다시 하라고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너무 힘든 기억) 하지만 정말 값진 경험임에는 틀림없고 연극 동아리에 들어간 것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 이 한마디를 스스로 내뱉을 수 있으면 대학생활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떠한 사람들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떠한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등
이러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내 4년 대학생활의 유일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순간 후회했다.
"연극동아리 들어오지 말걸"
과 생활도 소홀하게 해서 과에 친구도 거의 없었고, 다른 대학 축제도 가고 싶었지만 연습에 얽매여서 가지 못하고, 친구들 여행 다니는 거 보며 부러워하고.. 등등 후회되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연극동아리에 들어와서 평생 해보지 못할 값진 경험들을 했다.
리더십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운 시간인 것 같다.
(리더십이란 힘들 때, ouch 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
정말 좋은 친구들 만나서 행복했다. (희로애락 중에 같이 제주도 여행에 다녀온 것이 희..ㅎㅎㅎ)
정말 멋있는 선배님들 그리고 친구들 덕분에 끝까지 버티면서 공연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 자신에 대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정말 가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기쁘다.

반응형